1956년 개봉한 영화 '십계(The Ten Commandments)'는 고전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성경의 출애굽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모세의 탄생부터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홍해를 건너 약속의 땅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당대 최고의 기술력과 인력을 총동원한 프로젝트였다. 특히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대규모 투자와 세실 B. 드밀 감독의 역작으로서, 제작비와 흥행 모두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십계'의 제작비 구조와 흥행 성과,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제작사의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제작비로 본 1956년 십계의 규모
영화 '십계'는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예산인 약 1,3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 당시 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가 수십만 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거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 3천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자된 셈이다. 제작비가 이처럼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첫째, 실제 고대 이집트를 모티브로 한 거대한 세트가 필요했다. 제작진은 미국과 이집트, 시나이 반도 등 다양한 로케이션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실제 피라미드, 궁전, 사막 등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사용했다. 둘째, 약 1만 명 이상의 엑스트라와 15,000점에 달하는 의상, 수백 대의 마차 및 동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특히 이집트 궁정 장면이나 대규모 군중 장면은 단 1초의 장면을 위해 며칠씩 리허설을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셋째,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인 VistaVision과 시네마스코프 기술을 활용한 촬영이 도입되었다. 이는 대형 스크린에 최적화된 영상미를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각 장면의 조명, 음향, 색채 보정 등에서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되었다. 유명 미술감독 아놀드 길레스와 음악감독 엘머 번스타인도 참여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했고, 이들의 개런티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흥행 수치로 본 십계의 성공
'십계'는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몰고 다닌 작품이었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8,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고, 세계 시장을 포함한 총 수익은 약 1억 2천만 달러를 넘긴 것으로 집계된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기준으로는 현재 약 13억 달러 이상의 수익에 해당되며, 이는 지금까지도 미국 영화 역사상 톱 10 안에 드는 기록이다. 영화 개봉 첫 주부터 극장가는 장사진을 이루었고, 특히 성경 기반의 서사라는 특성 덕분에 종교적 배경을 가진 관객층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회 및 종교 단체와의 제휴 상영회,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 상영 등이 적극적으로 진행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층을 확보한 점이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리바이벌 상영이 이어졌고, 이는 영화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켰다. 1973년부터는 ABC 방송을 통해 매년 부활절 기간마다 TV 특집으로 방영되었으며, 이는 미국 가정의 연례 전통이 되었다.
제작사의 전략과 성공 요인
'십계'는 단순히 예산만 많이 들어간 영화가 아니었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상업적 성과로 전환시킨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파라마운트는 전후(戰後) 미국 사회의 종교적 정서를 읽고, "믿음"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대형 스크린에 옮겨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했다. 감독 세실 B. 드밀의 기용은 파라마운트의 가장 큰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는 이미 1923년 같은 제목의 무성 영화 ‘십계’를 연출했던 인물로, 성경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감독이었다. 그의 이름값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급상승했으며, 영화사도 그에 걸맞은 자율성을 제공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지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파라마운트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국제 마케팅을 전개했다.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에 걸쳐 동시 상영 계약을 체결하고, 자막 제작, 번역, 문화 자문 등을 거쳐 글로벌 배급망을 구축했다.
1956년작 '십계'는 단지 고전 명작으로 끝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콘텐츠 기획, 제작, 마케팅, 수익 창출의 전 과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낸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제작비 1,3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투자는 매우 이례적이었고, 그만큼의 수익을 실현한 사례 역시 드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