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영화 제작의 판도를 바꾼 혁신적인 작품입니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최초의 영화이자, 상상력과 연출력이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좌절과 도전이 있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죠스의 제작과정 속에서 벌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실제 바다에서의 촬영 장비 문제, 전설이 된 상어 모형 '브루스'의 시행착오, 그리고 끊임없이 증가한 예산 문제까지 세 가지 측면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바다 위 촬영을 가능케 한 장비의 진화
『죠스』의 촬영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혁신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영화들이 실내 세트나 인공 해변에서 촬영되던 시절, 스필버그는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실제 바다 촬영을 선택했습니다. 마사추세츠주의 마사스 빈야드 섬 인근 해역은 잔잔한 수면과 얕은 수심 덕분에 촬영지로 선정되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기술적 어려움이 끝없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비였습니다. 당시에는 수중 촬영을 위한 장비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상 위에서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운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파도에 따라 카메라가 흔들리고, 촬영 세트가 바다에 떠내려가거나 물에 잠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진은 특수한 플로팅 플랫폼과 방수 카메라 하우징을 직접 제작해야 했습니다. 당시 사용된 아리플렉스 카메라는 무겁고 부피가 커 바다 위 촬영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스태프들은 각종 개조를 통해 무게를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또, 선박 위에서의 촬영이 잦았기 때문에, 수평을 맞추기 위해 배 밑에 추가적인 안정 장치를 설치하고, 짐벌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바다에서는 현장 사운드 녹음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사는 나중에 ADR(Automatic Dialog Replacement) 기법으로 재녹음해야 했습니다. 배우들이 입 모양에 맞춰 대사를 다시 말하는 이 과정은 제작시간을 더 늘리는 요인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깨끗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비적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 『죠스』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리얼한 공포감을 선사할 수 있었습니다.
'브루스'라는 이름의 상어, 실패에서 성공으로
『죠스』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상어’입니다. 이 상어는 실제 동물이 아닌, 제작진이 고안한 기계식 상어 모형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총 3개의 브루스 상어가 제작되었으며, 각각은 오른쪽, 왼쪽, 전체 몸체 노출 등 다양한 장면에 활용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계 상어는 거의 매일같이 고장 나는 바람에 촬영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기계식 상어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여야 했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상어 몸체를 움직이는 모터와 유압 장치는 바닷물에 쉽게 부식되었고, 물속 압력에 의해 전자 회로가 종종 망가지곤 했습니다. 한 번은 상어가 촬영 중 물속에 가라앉아 며칠간 수색 작업을 벌이기도 했고, 또 다른 날에는 상어가 예정된 방향이 아닌 쪽으로 움직이면서 카메라를 치거나 촬영세트를 파괴한 일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어의 외형이 너무 인위적이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플라스틱 느낌이 강하고 움직임도 어색했기 때문에, 처음 의도대로 ‘상어를 자주 보여주는 방식’의 촬영은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필버그는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상어를 덜 보여주자"는 선택이 그것이었고,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연출로 기록됩니다. 대신 상어가 존재한다는 느낌만을 주기 위해 물속에서 상어 시점으로 찍은 카메라 앵글, 존 윌리엄스의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 연기만으로도 관객에게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관객은 상어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 존재를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역설적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브루스 상어는 제작진의 악몽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포영화 연출사에 있어 전환점을 만든 도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감독들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원형으로 『죠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실패를 통해 탄생한 연출 기법 덕분입니다.
계속 늘어나는 제작비와 일정 지연
초기 예산은 400만 달러로 책정되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예산은 900만 달러를 훌쩍 넘었습니다.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한 제작비는 당시로서는 매우 큰 금액이었으며, 스필버그의 감독 경력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촬영은 예정된 55일에서 무려 159일로 늘어났고, 그 사이 스튜디오와의 긴장감도 극에 달했습니다. 제작비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앞서 언급한 기계식 상어의 반복된 고장, 기상 악화로 인한 촬영 중단, 그리고 배우들의 일정 조정 문제 등이었습니다. 특히 배우 로이 샤이더와 로버트 쇼는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었고, 지연이 길어질수록 출연료도 추가되어야 했습니다. 또한 해상 촬영 특성상 하루 촬영 가능한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햇빛과 조류, 해무 등 자연환경도 매일 달랐기 때문에 반복 촬영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프로듀서 리처드 D. 자넉과 데이비드 브라운은 이 위기 속에서도 스필버그를 끝까지 믿었고, 스튜디오인 유니버설은 결과적으로 추가 예산을 승인합니다. 당시 이 결정을 두고 ‘모험’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 이 판단은 대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죠스』는 미국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전 세계적으로는 4억 7천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역대 흥행 1위에 해당하며, 여름 개봉 영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블록버스터 개념을 정립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으며, 이후 할리우드는 여름 시즌을 메이저 영화 개봉 시기로 전략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죠스의 제작비 상승은 단순한 리스크가 아닌, 영화산업 트렌드를 바꾼 계기로 작용한 셈입니다.
『죠스』는 단순한 해양 공포영화가 아닌, 영화 제작의 역사에 남을 실험과 혁신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기술의 한계를 넘은 촬영 장비, 실패를 성공으로 이끈 상어 모형 브루스, 예산 문제 속에서 더욱 강해진 창의적 연출까지.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스필버그와 제작진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다시 『죠스』를 본다면, 단지 무서운 영화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영화 제작의 도전과 승리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